
매년 5월 15일은 스승의날이다. 하지만 그 의미와 역할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단순한 기념일 차원을 넘어, 법적 제도적 지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스승의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은 과거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고, 지금도 간헐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본 글에서는 스승의날 공휴일 지정과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흐름, 그리고 향후 가능성을 살펴본다.
1. 과거의 입법 시도: 형평성과 전통 가치 강조
스승의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첫 공식적인 움직임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어린이날(5월 5일)**이 이미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만큼, **어버이날(5월 8일)**과 **스승의날(5월 15일)**도 동일한 수준의 사회적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제안은 경로효친 사상의 고취, 소비 진작, 가족 단위 문화 활성화 등 다양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법안은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주된 이유는 기업계의 반대, 공휴일 증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 실질적 수요 부족 등이었다.
2. 현재의 분위기: 공휴일보다 ‘부담 없는 날’로?
2020년대 들어 스승의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기념일로서의 가치를 넘어서, 교사·학부모·학생 모두에게 심리적 부담이 큰 날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특히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생이 직접 만든 카드나 종이꽃조차 ‘금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고, 일부 교사들은 이를 두고 ‘감사받지 못하는 날’이라는 자조적 표현까지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스승의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거나 아예 기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서울 시내 26개 학교가 스승의날을 재량휴업일로 운영한 바 있으며, 2024년에는 부처님오신날과 겹치며 자연스럽게 휴일이 되었던 상황에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교사들의 반응이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3. 공휴일 지정 논의, 다시 가능할까?
스승의날 공휴일 지정은 현재로선 입법 가능성이 낮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 사회적 공감대 부족: 교사 본인조차 이날을 ‘기념받기보다는 피하고 싶은 날’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 정서적 양가감정: 학부모 입장에서도 ‘무언가를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이 존재한다.
- 경제적 부담: 근로일 감축에 따른 기업의 부담, 생산성 저하 문제 등으로 인해 공휴일 추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다.
- 대체 기념일 논의 확산: 최근에는 ‘교사 인권의 날’처럼 의미를 재정립하거나, 스승의날 자체를 폐지하고 새 기념일을 만들자는 제안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스승의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는 방향보다, 공식적 부담 없이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려는 논의가 더욱 현실성 있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정리: 공휴일 지정보다 ‘의미 재정립’이 필요한 때
스승의날을 공휴일로 만들자는 제안은 과거 국회에서 법안 발의로 시도된 바 있지만, 사회적 공감대와 제도적 여건 부족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스승의날을 학교 재량휴업일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감사 문화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기념일이냐 휴일이냐’보다는, 이 날이 교사에게 상처를 주는 날이 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질적인 교사 존중 문화를 위해, 기념의 방식 또한 시대 변화에 맞게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